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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르포] 일본 백컨트리스키 2
김*열 2011-08-16

가이드들이 준, 만약의 경우 눈 속에 파묻히거나 실종되었을 때 조난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발신기

를 가슴에 차고 로프웨이 산정역에 내렸을 때, 우리는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맑은 대기 속에 또렷

한 스노몬스터들을 볼 수 있었다. 스키어들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줄지어 저 멀리 산정 쪽을 향

했다. 오늘에야 비로소 말 그대로의 자연설로만 이어가는 백컨트리스키를 맛보는 것이다. 저마다

루트가 다른지, 200명쯤 되는 사람들은 대여섯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로프웨이 종점에서 북동으로 하코다온천장까지 가로질러 넘어가는 하코다온천코스를 택했다.

활주거리 5.3km에 표고차 724m, 최대 경사 20도, 평균 경사 8도로 표기돼 있다.



백컨트리스키 가이드를 신청한 이는 이문재, 이상건, 용환득, 오태주, 윤호균씨까지 여섯 명.

얼마만큼 스키를 어깨에 둘러메고 둥그스름한 둔덕까지 오른 뒤 스키를 타고 200여 m 내려가더니

가이드는 설피를 착용하라 한다. 가만 살펴보니 설피를 착용하는 이는 우리 일행뿐, 일본인들은

스노보더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산악스키로, 실(seal: 결이 한쪽으로만 누워 있어 스키 바닥에 부

착하면 뒤로 미끄러지지 않는 긴 밴드)을 부착하고 있다. 설피를 착용하자 무릎까지 푹 빠져들던

눈밭 위에 가볍게 올라선다. 스키는 배낭에 A자 형태로 잡아 묶고 걸어 올랐다.

 


오늘 하코다산록은 수많은, 하늘을 우러러 울부짖는 사자이거나 금방이라도 불을 내뿜을 듯한

용의 머리 형상이거나 수많은 팔을 가진 우주 괴물, 아니면 오똑 일어선 거대 다람쥐이거나 털북

숭이 양, 녹아내리는 대형 아이스크림 같기도 한 스노몬스터들의 경연장이다. 저 엄청난 양과 무게

의 눈을 온몸에 두른 채 겨울을 견디어내는 전나무의 힘도 경이롭다. 스키를 타고 지쳐 내려가기

보다는 이렇게 걸어 오르는 것이 스노몬스터를 즐기기엔 한결 더 낫다. 진행 속도는 이 기이하고

도 아름다운 설경 때문에 자꾸만 느려진다.



저 멀리 높은 오다케 정상까지 가려는가 싶어 걱정스러웠는데, 중간에서 왼쪽 능선을 향해 방향을

튼다. 30여 분 완경사면을 걸어 폭과 길이가 1km도 넘을 것 같은 거대한 설면이 펼쳐지는 둔덕 위

에 올라섰다. 여기서 다들 설피를 벗고 활강을 준비했다. 조심스러운 일본인 가이드들은 한 사람

씩만 활강해 내려가게 한다. 자칫 충돌 사고가 날까 저어해서다.

 


일본 스키어들은 스키 실력이 고루 뛰어난 편이다. 국가 대표급 강사에게 소수 인원이 배워도 하루

에 5만 원 정도면 된다는 싼 강사료 덕분이다. 국민 소득까지 따지면 우리나라 스키 강습료는 거의

 바가지 수준인 셈이다.


대부분 일본인들 산악스키 사용

일본인들은 플레이트의 폭도 넓은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때문인지 이들은 한결같이 멋진 호를

그리며 신설이 뒤덮인 비탈을 활강해 내려갔다. 우리 일행 여섯 명은 짧고 좁은 알파인스키를 쓰는

데다 신설이 낯설기는 했지만 경력들이 깊어서 나름의 폼을 구사하며 활강했다. 그러나 잠깐 아찔

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넘어지며 스키 플레이트 한쪽이 벗어져 저 아래로 미끄러

져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스키를 벗으면 무릎까지 푹 빠져드는 깊은 눈이다. 플레이트 한쪽을

잃어버리고 헬기가 뜰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몰려든다면 큰일이다. 마침 플레이트는 저 아래 안

부에서 멈추어 섰다.



과거 이곳 하코다산에서는 대형 인명사고가 난 적이 있다. 러일 전쟁 때 러시아로 파병되기 전

이 산에서 설상 훈련을 하던 수백 명 일본군이 폭풍설을 만나 1명만 살아나고 전원 몰사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 일화는 ‘하코다산’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으며, 하코다스키장 로프웨이

승강장 벽면에는 이 영화의 여러 장면이 걸려 있다. 



설면 활강 이후로는 스노몬스터라기는 뭣한, 그러나 가지마다 굵직하게 상고대가 들러붙은 거대

전나무 숲이 이어진다. 마침 햇살마저 밝게 비추며 우리가 일본에 온 이후 가장 황홀하다고 할 절

경이 연출된다. 5분쯤 수목지대의 완경사면을 오른 뒤 다시 스키를 착용하고 가이드 뒤를 따라 스

노몬스터들 사이를 지쳐 내려갔다.



키가 큰 나무들 이외 작은 수목들은 모두 3~4m의 깊은 적설에 묻혀, 종종 넓은 순백의 설면이 펼쳐

지곤 했다. 가이드들은 각자의 손님들을 한 군데에 무리져 모이게 하여 인원을 확인하곤 다시 활강

해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아오모리시가 저 멀리 바라뵈는 완경사 설면을 지난 뒤 조금 전과 진배없

이 넓고도 긴 활강 사면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