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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르포] 일본 백컨트리스키 1
김*열 2011-08-16

[특파원 르포] 일본 백컨트리스키

일본 3·11 지진 대재앙이 발생하기 일주일여 전, 기자는 재난지역 북쪽의 아오모리현 하코다산(八

甲田山·1584.4m) 백컨트리(back country)스키 취재를 다녀왔다.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가 백컨

트리스키의 최적기”라며 싱긋 웃어보이던 일본인 노(老) 가이드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그는 별일

 없을까.

이 취재를 기획했던 것은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가 최적기라는 일본 하코다산 백컨트리스키를

한국의 동호인들에게 소개하고자 해서였다. 이제 ‘올해 여기를 가보라’ 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수

만 명이 목숨을 잃은 현장 바로 옆에서 재미난 눈썰매 타기라니, 도리가 아니지 싶다. 그러나 재난

이 극복된 뒤인 내년 봄쯤, 그간 반듯하게 다져진 천편일률적인 인공 설원에 물린 사람이라면 반드

시 한 번 가보라고 권하고픈 곳이 하코다 백컨트리스키다.



일본에는 이른바 스노몬스터로 유명한 스키장이 두 곳 있다. 하나는 야마가타현의 자오, 또 하나가

이곳 아오모리현 하코다스키장이다. 커다란 전나무에 눈보라로 눈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이윽고

거대한 괴물 형상으로 변한 ‘스노몬스터(주효·樹氷)’들 사이로 스키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다. 어디

를 향해 어떻게 찍어도 바로 ‘작품’이 되는 아름다운 풍경 한가운데로 들어서는 기막힌 맛을 즐기

기 위해 일본 현지 스키어들도 줄지어 찾아든다.



남달리 뛰어난 실력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스키의 기초인 플루그보겐만 좀 익혔어도 얼마

든지 스노몬스터를 즐길 수 있다. 여기서 스키 실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날씨 운이다. 실력

좋은 스키 최상급자보다는 날씨 운 좋은 초보자가 훨씬 더 나은 곳이 바로 아오모리현 하코다 백

컨트리스키 루트다.


▲ 1 하코다온천코스 중간의 기막힌 전나무숲 상고대 지역을 지나고 있는 일행.
짧은 오르막에 이어 곧바로 다시 스노몬스터들 사이로 활주가 이어졌다. 2 스노몬스터들 사이로 활주를 위한 산록을 찾아 걸어오르고 있는 백컨트리스키 참가자들.
3 아오모리시가지. 일본 맥주를 비롯한 온갖 식료품을 취급하는 대형 마트가 있다. 4 모야호텔에서 아오모리현청 관광담당자가 호도레포츠 주최 제1회 백컨트리캠프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5 스노몬스터가 늘어선 산록 위를 지나는 하코다산 로프웨이.<사진 아오모리현 제공>

지난 겨울 3.6m 적설량 기록한 곳

이곳은 다설지역으로 유명하다. 이번 겨울 들어서만 무려 3.6m나 눈이 내렸다고 한다.

눈은 매일 끊임없이 뿌리는 것 같다. 그러다간 어느 순간 파란 하늘이 보였고, 그런가하면

어느새 짙은 눈보라가 저 아래 아오모리시가지를 뿌옇게 가려버렸다. 우리가 스키를 탔던 3

월 5~7일 3일 중 이틀은 정상부 스노몬스터 지역이 거의 종일 짙은 안개 속이었다. 그러다 마지막

날인 7일 하늘이 트였고, 이 날은 월요일임에도 이 날 백컨트리스키를 즐기러 온 수백 명 일본인들

로 스노몬스터 지역은 장식되었다.

가이드가 3월 20일 이후부터 약 한 달간이 좋다고 한 것은 이 시기엔 맑은 날이 월등 많아지기 때문

이다. 그러나 너무 늦으면 스노몬스터가 녹아내려 그저 평범한 수림지대로 변하고 말 것이다. 그러

므로 여행 시기를 3월 말경에 맞추는 것이 확률상 가장 좋을 것이다.

이곳 아오모리현은 작년부터 현지 일본인들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투덜거릴지도 모르겠다 싶을 만

큼 한국 여행객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원래 로프웨이 1회 탑승에 1,150엔, 5회에 4,900

엔이나 한국인은 3,500엔에 모야힐즈스키장의 리프트 이용까지 가능한 티켓을 발행해 주며 2일권

은 5,500엔, 3일권은 7,000엔(약 10만 원)이다. 우리나라 스키장 주간권 가격이 5만~6만 원임을 감

안하면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단, 야간 제외). 일본스키닷컴 측의 노력으로 작년부터 이런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 일본스키닷컴의 한왕식 사장은 내년에도 이런 혜택이 제공될 것이라 예상한다.



조석으로 호텔 전용의 24시간 개방하는 천연 온천장에서 온천욕을 하면서,  종일 책이나 보며 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것 같은 모야호텔을 나와 하코다스키장으

로 향했다. 모야호텔 바로 옆에 모야힐즈스키장이 있으나 해발 고도가 낮은 지역이라 설질이 좀 떨

어지고 백컨트리도 할 수 없는 곳이다.



호도레포츠의 ‘아오모리 하코다산 백컨트리캠프’는 올해가 1회다. 작년에 첫 시도를 했으나 항공편

결항으로 미루어졌다. 이렇듯 어렵사리 시작된 행사여선지 아오모리현은 30명 일행의 백컨트리 행

사에 무려 13명의 가이드를 붙여주었다. 거의 2:1로 안전하게 안내하겠다는 뜻이다. 스키장에서 대

면한 그들은 체격이 다부지고 노련해 보였다. 때문에 안개가 짙게 산정을 가렸을망정 일행은 안심

했다.



하코다스키장에는 2기의 리프트로 이용 가능한 3면의 인공 슬로프가 있으며, 백컨트리를 즐기려면

남산케이블카 같은 로프웨이를 타야 한다. 이 101인승 케이블카로 해발 1,324m 지점의 산정역(山

頂驛)까지 올라, 거기서부터 사방으로 루트를 선택해 백컨트리스키를 즐긴다. 스키장 건설 시 로프

웨이 종점까지 낸 찻길 2가닥이 있고, 이 찻길을 따르는 포레스트 코스와 다이렉트 코스 스키도 백

컨트리스키로 간주하기는 한다. 가이드들은 백컨트리스키 전 일단 인공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보게

해 실력을 점검한 다음 초심자인 경우는 이 포레스트나 다이렉트 코스로 안내한다.


▲ 1 백컨트리스키캠프 참가자들이 로프웨이 승강장 계단에 모여섰다. 2 포레스트 코스 활주 중 잠시 멈추어 서서 쉬고 있는 일행. 3 로프웨이 산정역 2층의 식당. 우동, 돈가스 등을 판다(850엔 안팎). 4 포레스트 코스의 설화 만발한 숲지대를 신나게 활주하고 있는 참가자. 5 로프웨이 산정역 기둥에 상고대가 두툼하게 들러붙었다.

안개 속에서 포레스트, 다이렉트 코스 활주

바람이 지나치게 심하면 로프웨이 운행이 중지된다고 한다. 그러나 안개는 짙을망정 로프웨이는

연속 운행되고 있다. 첫날인 5일은 토요일이라 로프웨이 승강장은 백컨트리스키를 즐기려는 스키

어들이 계단을 꽉 채워 섰다. 30여 분 기다린 끝에 케이블카를 탔으나 역시, 상단 종점은 거의 완전

한 안개의 세계다. 종점의 따듯한 휴게실에서 행장을 갖춘 후 밖으로 나서자, 스노몬스터들은 휙

스치듯 모습을 잠깐 드러냈다간 유령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곤 한다. 아까 저 아래에서 테스트해 나

눈 대로 초심자 일행은 오른쪽 바로 아래의 다이렉트 코스로, 상급자들은 왼쪽 포레스트 코스로 나

뉘어 활주를 시작했다.



아까 저 아래 슬로프에서 한 번 타보기는 했어도, 일절 가공하지 않은 두툼한 자연설면을 지척도

분간하기 어려운 안개 속에서 활주하려니 두려움이 앞선다. 스노몬스터는 ‘괴물’답게 험한 구석을

지녔다. 몬스터 몸통 바로 아래는 둥그스름하고 깊은 함지박 모양의 허방이다. 눈이 나무 바로 밑

에는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허방은 깊이가 1.5~2m나 되어, 빠지면 다치기 쉽고 나오기도 어려

우니 스노몬스터 옆으로는 절대 접근하면 안 된다. 짙은 안개 속에서 이 몬스터의 함정까지 신경

쓰며 활주하려니 긴장되지 않을 수 없다. 가이드가 보이지 않을 때면 루트를 따라 박아둔 주황색

폴을 잃지 말아야 한다. 첫 대면엔 거대한 고릴라거나 고개를 외로 꼰 여인네의 자태로 보였던

스노몬스터들이 전설 속의 험악한 괴수나 목 매 달고 죽은 시신 같은 으스스한 형상으로 변모한다.

 

정신 사나운 안개 속 심설 활주는 산허리께로 내려서며 끝났고 스노몬스터 대신 눈꽃을 듬뿍 얹은

동화 속 같은 수림지대 풍광이 펼쳐졌다. 그 사이로 신나게 활주해 내려가자 다시 로프웨이 승강장

이다. 표고차 664m, 길이 5km, 최대 경사 30도, 평균 경사 8도이고 활주에만 20여 분 걸린 포레스트

코스 백컨트리는 이렇게 끝났다. 자신감이 붙은 일행은 이번엔 다이렉트 코스로 가자며 다시 케이

블카에 오른다.


다이렉트 코스는 이름이 이미 뭔가 익스트림한 것 같다. 포레스트 코스보다 평균 경사가 11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