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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1일.. 운명의 그날..자오
박*정 2011-03-22

 

3월 11일 여기는 인천공항..ㅋ

결혼을 앞두고 우리 여보님과 여보님 후배님들과 넷이서 떠난 보드여행
새벽같이 출발해서는 공항에모여 티켓팅하고 수화물보내고
공항에서 아침도 배불리 먹어주시고
신나서 인증샷중이었더랬지욤...

 

날씨는 날씨는. 어쩜 이리도 좋던지..
바다위에 구름이 떠있는듯한..
맑고 깨끗한 하늘위를 날아 일본으로 고고싱~

 

 

센다이공항 도착.. 인증샷..
입국심사받고 수화물찾고 대략 1시쯔음..
우리가 떠나고..
모두가 아시다시피 센다이공항은 쓰나미로인해 없어졌다고..하하..

 

 

호텔에 도착했을때의 엄청난 지진이있었습니다...
저희가 도착할때쯔음 눈도 많이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그게 지진인지도 몰랐습니다..
호텔자오에 도착하니 지진때문에 전기가 모두 끊겼다고 하시더군요..
놀라긴했지만.. 일본은 원래 지진이 많은 나라이거니와...
야마가타현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고는하지만..
금방 복구되겠지...라는.. 말도안되는 희망으로 행복할수있었습니다..
때마침 펑펑 쏟아지는 눈에
호텔앞 경사로에서 부츠만신고 장비챙겨 보딩까지..ㅋㅋ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으니까...
역시.. 모르는게 약임..
하지만 곧.. 센다이엔 쓰나미가오고.. 이번 지진이.. 엄청난 지진이었음을 알아버렸죠

 

 

계속되는 여진으로인해.. 불안과 공포에 휩쌓였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거죠..
어둠과 여진에 시달리며 호텔로비에서 이불하나로 버티고있는데
또한번의 엄청난 여진이 몰려왔습니다..
다들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기 바빴죠..
하지만 저는 극한의 공포로 꼼짝못하고 엉엉 울기만했습니다..
정신을차려보니.. 우리 여보님이 저를 감싸안고 계셨습니다..
괜찮아..괜찮아.. 걱정하지마 괜찮아..라고 나즈막히 속삭이며..
모두들 살겠다고 뛰어나가는판에..
혹시 건물이 무너져내릴까..
저를 감싸안고 토닥토닥해주고 계시는 여보님덕분에..
또 한바탕 엉엉 울어버렸죠..

돌아가면 바로 상견례가있는데.. 상견례도 앞두고 이대로 죽는건 아닌가..ㅠ_ㅠ

 

그후에 여진도 잠잠해지고 호텔측에서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빨리 대피할수있도록 1층 다다미방에 이불깔아주시고
발전기로 전기를 끌어다가 겨우겨우 난로하나 피워주셔서
그렇게 여행 첫날이 지나가고있었습니다..

 

 

여진때문에 자다깨길 수차례..
자고일어나보니 온세상이 하얗게 밤새내린 눈으로 덮여있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수없었던 우리는 눈보고 마냥 신나
어떻게든 보딩나갈 준비를..
다행히도 호텔측에서 버스로 중턱까지는 올려다주셔서 보딩을 하긴했습니다만..ㅋ

 

 

사람들이 비싼돈주고 괜히 일본까지가서 보드타는게 아니구나..
알수있었습니다....
정말대박.. 날씨는 따뜻한데..
우리나라에서 이날씨면 완전 질퍽질퍽 습설이었을텐데...
눈은 어쩜이리도 뽀송뽀송해주시던지...
일본 보드여행가서 이렇게 맑은날씨는 드물다고하시는데..
정말.. 리프트가 운행하지 않는게 이렇게 원망스러울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오르락내리락 몇번의 보딩을...
했지만... 저질체력으로...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했습니다..

 

 

돌아오는길에 사진찍고 놀고 쌓인 눈에 신기해하고 ㅋㅋ
원래 길에선 보드타면안되는데
썰매삼아 보드타고 내려가고 ㅋㅋ
길가엔 다마스도보이고
여기가 천국인줄알았음...ㅎㅎ 보드탈땐 여진따위 못느낌 ㅋㅋ

 

 

호텔로 돌아가 단전단수임에도 불구하고
온천마을인지라 온천물로 씻을수있었던..ㅎㅎ
그와중에 그 난리속에 저흰 온천도했습니다..ㅎㅎ 이걸 웃어야하는지 울어야하는지..
무튼.. 원래 점심은 패키지에 속해있지않지만
점심까지 챙겨주시는 호텔측의 배려로 배불리 점심까지먹고
한국의 더 부풀려진 기사들로인해 걱정하실 가족들에게
겨우겨우 안부전화 한통씩해드리고..
전화가 되질 않더군요..
그래도 스마트폰인지라 비싼 데이터로밍비따윈 무시하고
카카오톡으로 지인들에게 부모님께 연락좀 대신 드려달라고해서 연락은 드렸었습니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전화를 걸면 바로 끊기고 끊기고해서 통화키만 한 100번쯤 눌렀을겁니다
동네한바퀴돌며 사진찍고 먹을것도사고..

 

이날 저녁늦게야 전기가 들어와서.. TV를보니.. 정말 사태가 심각함을느끼고..
한국영사관에 연락을해보았지만.. 전혀 도움이되질 않고..
일본영사관에 연락을해보았지만.. 우릴 도울수있는 방법은 없다고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여행사측과 연락되어 월요일날 예정대로 올수있게끔
후쿠시마공항 1시10분비행기로 예약해 주신것을 확인하고 조금은 안도했습니다...
이날 역시.. 계속되는 여진으로 깨고 잠들길 수차례.. 울기도 여러번...

 

셋째날 아침에 접한 뉴스는..
원전 1호기가 폭발했다는..
방사능 유출 위험성이있으니.. 조심하라는..ㅋㅋ
쓰나미도 피해간 우린데..
뭐가 무섭겠습니까?
그리고 어차피 죽을운명이면 가만히 있어도 죽을거라는거죠..
그럴바엔 죽더라도 슬로프에서 죽는게 행복할것같다는 보더들의 운명..ㅋㅋ

다들 미쳤다고 생각했겠죠..
더군다나 저는 저 호랭이를 입고 돌아댕겼으니..ㅋ
맞습니다.. 미친거죠..
미치지 않고는 저기서 버틸수없었으니..
차라리 우울증과 공포로 죽어버리는것보단..
미쳐서 행복해하다 죽어버리는편이.. 낫겠다싶었습니다..

어제와는 다른 옆쪽 슬로프를 빌렸죠 ㅋㅋ
빌렸다고 칩시다;;
리프트는 비싸서 못빌렸고... 이것도 그렇다 칩시다..
하지만 또 우리가 간다고 제설까지 깔끔히 완벽히 해놓은거 보이십니까?
저 피클질되있는 넓디넓은 슬로프...ㅎㅎ
저게 모두 우리4명의 몫이었습니다
부지런히 걸어올라가 라이딩하고 킥커도 뛰어보고 여러가지했죠
킥커뛰다 백플립해서 뇌진탕걸려죽을뻔;;;했지만
파우더 설질도.. 백플립은 아프더군요;;;

 

무튼! 신나게 놀다가 어제처럼 씻고 동네 한바퀴돌며 어제 못가본곳도 가보고
전기가 들어오니 식당들도 문을열어..
라멘도 먹어보고
먹을꺼 잔뜩사들고서 호텔로돌아와
저희끼리 저희가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내일 무사히 돌아갈것을 기념하며..
쫑파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날은.. 길이 모두 막히는 바람에..
새벽 5시에 출발해서 아주 멀리 안전한 곳으로 돌아서 후쿠시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사진은 약과고..
지붕은 거의 다 무너져 내려있고..
전봇대도 넘어가있고.. 담벼락도 몽창 쓰러져있고..
도로도 갈라져 엉망이더군요...
우리가 이런곳에 있었구나.. 생각하니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싶어지더라구요..
공항에 도착해 무사히 티켓팅하고 기다리는데..
저희가 안전하게 티켓팅하고 들어갈때까지

호텔에서 따라오신 직원분과 기사님도 기다려주시더라구요
만일하나 잘못되면 저희를 다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주시려고 기다리시는것같았어요..

후쿠시마.. 참 위험한 지역이었습니다..
지금은 후쿠시마공항마저 폐쇠되었을만큼...
그 위험한 상황에서도 직원분들의 배려가.. 참 감사했죠..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단말을 전하고싶었는데.. 일본어를 못합니다 ㅡㅡ;
우리 여보님은 그냥 쿨하게 한국말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는..
비행기타기 30분전쯤..?
심한 여진이 한번더..있었습니다..
긴급방송도하고.. 뭐 물론.. 금방 멈추긴했지만..
이어지는 뉴스속보는..
원전 3호기가 터졌다네요..
정말 비행기 타기전까지 불안불안했습니다..
비행기가 안뜨면 어쩌나...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