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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 모리요시 산 백컨트 스키
김*환 2017-02-13

  

2001년 공식적인 일본 첫 여행을 아키타로 갔다. 그때는 여름이었다. 한여름 밤에 열리는 일본 3대 불꽃축제 오마가리 하나비를 보러 갔다. 인구 5,000명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불꽃놀이가 열리는 그날 하루는 2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강변에서 불꽃놀이의 장관을 바라보던 기억이 지금도 아스라하다. 그 다음날 녹음 짙은 쓰루노유 온천도 갔었다. 350년 전 아키타 영주가 찾던 그 온천은 불꽃놀이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진정한 온천의 원형을 봤다고 할까. 그 후로 다섯 번쯤 아키타를 찾았다. 가을에도 겨울에도 쓰루노유 온천에서 머물렀다. 4년 전에는 타자와코 스키장 뒷산 고마카다케에서 백컨트리 스키를 하며 쓰루노유 온천에 머물렀다. 아키타에서 즐기는 스키와 온천! 이걸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스키여행의 정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가도 가도 물리지 않는다. 그건 아무래도 쓰루노유 온천이 있는 뉴토 온천향 때문이겠다. 제대로 보존된 온천은 언제 가도 실망하는 법이 없다.

 

20172월 아키타로 두 번째 스키 투어를 갔다. 이번에는 모리요시 산 백컨트리 스키가 포함됐다. 모리요시 산은 아니 스키장이 있는 산이다. 아니 스키장은 타자와코 호수에서 북쪽으로 1시간 40분 거리에 있다. 아니 스키장은 아직까지 투어 상품이 없다. 그래서 쉽게 접할 수 없다. 이곳을 가는 특별한 일정이 있다고 하니 당연히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모리요시 산은 접근성이 조금 떨어져서 그렇지 수빙(스노우 몬스터)이 발달한 산이다. 아오모리 핫코다 산의 동생뻘이다. 스키장 정상이 1,400m라 언제나 눈은 보장한다. 사실, 지구온난화로 일본 스키투어에도 때어난 날벼락(폭우)이 쏟아질 때도 있어 힘들게 잡은 여행이 죽을 쑤는 경우가 있는데, 모리요시 산은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가보지 않은 곳에 깃발을 꽂는 것보다 더 재미난 것이 또 있을 수 있을까.

 

모리요시 산 백 컨트리 스키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고생 많았던투어다. 이날은 맑을 것이라는 예보가 빗나가 정상부는 계속 짙은 운무에 싸여 있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산에서 그저 가이드 꽁무니만 따라다니다 결국, 정상을 밟지 못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백 컨트리 스키의 재미는 시원한 풍경을 감상하며 산을 오르는 것인데, 그 재미를 하나도 보지 못한 것이다. 다만, 수령 100년이 넘는 너도밤나무숲에서의 짧은 질주는 아주 깊은 여운을 주었다. 너무 고요한 숲에서 솜이불처럼 곱게 깔린 파우더를 타는 기분은 황홀경 그 자체였다. 특히, 너도밤나무마다 함박눈을 가득 이고 있어서 마치 눈터널 속에서 스키를 타는 기분이었다. 물론, 이 풍경에 취해 아니 스키장으로의 탈출 지점을 놓쳐서 30분을 다시 거슬러 올라와야 했던 것은 안비밀!^^

 

 

 

아니 스키장 정상부에는 리프트가 1기. 슬로프가 또 하나 있다.

이 슬로프는 하단에서 두 갈래로 흩어졌다가 리프트에서 만난다.

참 단순한 구조지만 의외로 다양하다. 트리런 코스가 많아서 반나절쯤은 재미 있게 놀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는 것은 금물!  

 

 

 

 

아니 스키장 정상부에서 트리런을 즐기는 스키어들.

실력만 있고, 주변을 잘 알면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설질은 무조건 보장된다! 

 

 

 

본격적으로 백컨트리 투어를 나섰다.

그러나 한치앞도 바라보기 힘들만큼 짙은 운무와 함께 눈발이 성겼다.

그 좋다는 수빙은 옆을 지나쳐도 모르겠다.ㅠㅠ

 

 

 

 

이날 다른 한 팀도 백 컨트리 스키에 참가했다.

오르막에서 잠시 만난 이들은 그 후 만나지 못했다.

아마도 모리요시 산을 넘어 반대 편으로 간 것 같다.  

 

 

 

1시간 30분 동안 하이힐을 해서 도착한 산장.

 가이드가 정상 근처라고 해서 그런줄 알지 여기가 어딘지는 귀신도 모를 것이다.

산장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2층 창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점심을 먹었다.

 

 

 

 

 산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라이딩을 시작했다!

여기서 가이드의 의문의 1!

대사면의 폭신폭신한 파우더에서 신나게 내려가는 것은 좋았으나.......

 

 

 

 

 

운무 속으로 우뚝 우뚝 솟은 수빙 사이를 우아하게 내려온다.

비록 정상은 못 디뎠지만 기대했던 수빙과 파우더를 보며 행복한 롸이딩을 한다는 기쁨에 젖었는데....

 

  

 

 

 

 

우리는 다시 내려왔던 사면을 다시 올라가야 하는 형벌(?)을 받게 된다.

정상을 갈 수 없게 되자 단 한 번에 내려가기가 조금 아쉬웠던지

가이드가 대사면 하나를 골라서 내려간 후 다시 오르게 한 것이다.

사실,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다시 스킨을 붙이고 하이힐 모드로 가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왔던 길을 다시 올라가라고 한 것은 가이드가 우리를 시치프스 신화의 주인공으로 알았거나

상황을 오판한거나 둘 중 하나다.ㅠㅠ

 

 

 

 

 

 

 

 

그래서 우리는 다시 지그재그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다.

  

 

 

 

 

 

이 고난에 찬 형벌을 받은 보더가 있었으니...

자세히 보면 모두 알만한 분이시다.

첫번째 다운힐에서 넘어지면서 폴 하나를 잃어버리시고는

가이드가 고우 백~이라 외쳐도 한마디 저항을 못하고

꾸역꾸역 왔던 길을 다시 오르신다.

 

 

 

 

 

 

1분 내려오고 30분 올라가고

누군가를 벌주는 방법이라면 이게 최선이지 않을까?

우리는 그렇게 왔던 길을 다시 올라갔다.

 

 

 

 

 

대사면을 다 올라서서 우리는 다시 다운힐 모드로 돌입했다.

이제 더 이상 하이크 업은 없다고 가이드가 단언했다.

그러나....

보더에게 주어진 형벌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스키는 그럭저럭 밀고내려가는 길이지만 보더는 불가능했다.

요이땡 해놓고 보니 누구나 알만한 보더 한 분이 안 보이신다.

한참을 기다려렸더니 보드를 이고 터벅터벅 걸어오신다.

타고 갈 수도 걸어갈 수도 없는 이 안타까운 상황이라니....

 

 

 

 

 

 

 

자 이제 다운힐이다.

모리요시 산이 자랑하는 트리런의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다들 파우더의 신세계를 만끽할 요량으로 루트 파인딩을 하며 준비 끝!

 

 

 

 

 

 

 

먼저 가이드가 출발했다.

수빙 사이로 우아하게 턴을 그리며 내려간다.

그래 이 맛이 백컨트리 스키지.^^

 

 

 

 

 

 

우아하게 수빙지대를 내려서서 다시 루트 파인딩 중인 가이드 상.

이제 더이상 개고생은 없다는 듯이 자신감이 넘친다.

사방에 서 있는 수빙도 매혹적이다.

날만 맑았다면 이 풍경을 원없이 즐겼을 텐데..

 

 

 

 

 

 

 

얏호~

수빙을 기문 삼아 턴을 하며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차례차례 한명씩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주자는 오전에 의문의 1패를 당하며 불운했던

누구나 알만한 보더의 차지다.

그는 가이드가 한 명 뿐이라 뒤를 책임지며 내려와야 했다.

 

 

 

 

 

가이드의 우아한 트리런!

백조의 호수에 등장하는 주연 발레리나처럼 아주 우아한 턴으로 트리런의 진수를 보여주신다.

언제 저렇게 폼나게 달려볼 수 있으려나 ㅠㅠ

 

 

 

 

 

 

모리요시 산의 파우더는 정말 꿀맛이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이 깊고 고요한 숲에서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 가는 스키어라니.

오전의 개고생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다.

이런 트리런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리요시 산의 너도밤나무는 눈으로 한겹을 더 입었다.

숲이 온통 새하얗다.

그리고 고요하다.

스킹을 멈추는 순간 시간도 풍경도 정지된다.

 

 

 

 

 

 

 

자 이제 누구나 알만한,

그리고 오전에 의문의 1패를 당했던 보더를 살펴보자.

물론 가이드를 대신해 뒤를 책임지고 내려오고 있지만

즐길 것 다 즐기면서 간만에 만난 파우더를 제대로 즐겨주시고 계신다.

 

 

 

 

 

누구나 알만한 보더는

다년간의 사진 모델을 바탕으로 달릴 때와 멈출 때 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눈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면서 폼나게 사진 찍히는 줄도 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카메라 마사지를 은근 즐겨주시면서......

 

 

 

 

 

 

누구나 알만한 보더는 오늘은 의상 컨셉도 잘 맞췄다.

불꽃이 번쩍번쩍 일 것 같은 정열의 빨간색 오버 트라우저가 새하얀 눈속에서 환히 빛난다.

트리런을 즐기며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고 계신다.

 

 

 

 

 

 

그리고....

누구나 알만한 보더는 진정한 돌격대장의 모습으로

일행이 넘어졌다 겨우 일어나 수습하는 것도 나 몰라라 하고 무섭게 내쏜다.

카메라 마사지를 제대로 받겠다는 의지되시겠다!

 

 

 

 

 

 

여기서 오전에 의문의 1패를 당했던 누구나 알만한 보더는

충격의 의문의 2패를 당하고 만다.

사진 속 그는 보드를 매고 잠시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의 다리 한쪽이 눈속에 갇혀 꼼짝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전에 의문의 1패를 당했던 누구나 알만한 보더는

그렇게 10분쯤을 눈 속에서 굼뱅이 뒹굴기 쑈를 하며 온 힘을 탕진하고 만다.

여기서 잠깐, 백컨트리 참가자들은 트리런을 하던 사이 두 패로 나뉘었다.

선두를 놓친 채 너도밤나무숲 트리런의 황홀경에 취해 무작정 내려갔다가 아니 스키장으로 빠질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원치 않는 하이크 업 모드로 30분을 되돌아 올라가야 했다.

그 와중에 누구나 알만한 이 보더가 저 험악한 꼴을 당한 것이다.

   

 

 

 

 

 

왜 안 오시나?

아니 스키장으로 빠지는 길을 제대로 찾아들었던 선두는 가이드가  찾으러 간 나머지 일행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몸통까지 새하얗게 변한 너도밤나무 뒤로 실루엣으로 보이는 일행의 모습은

하이크 업을 하느라 입에서 단내가 나는 상황에서도 아름답게만 보인다.

 

 

 

 

 

 

어찌 어찌 눈 속에 빠졌던 다리를 수습해서 다시 하이크업을 하고 있는,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두 번에 걸쳐 의문의 1패를 당하신 누구나 알만한 보더는

지금 힘이 다 빠져서 엥꼬가 나셨다.

그가 몇 년 간 애지중지 이용했던 스노우슈도 오늘 따라 말썽을 부리는 통에 체력이 급방전된 것이다.

 

 

 

 

 

 

자 다시 출발!

루트를 잘못 잡아서 한참을 하이크 업 했던 일행까지 합류하고 가이드가 출발을 외치자

이번에 다른 한 분이 또 몸개그를 선보이신다.

스키에 스킨을 붙인 채 계곡을 가로질러가겠다고 내려가시다가 그만 뒤짚어진 것이다.

눈이 어찌나 깊은지 이 분도 결국 혼자 힘으로 못 일어서고 주변에서 달라들어 일으켜 세워야 했다.

 

 

 

 

 

 

 

아니 스키장을 향한 마지막 하이크 업.

다운 힐은 짧게, 업힐은 여러번 길게~

머 이번 백컨트 스키의 컨셉 되시겠다.

 

 

 

 

 

 

 

 

 

아니 스키장으로 이어진 아름다운 능선.

부드러운 능선과 눈으로 옷을 입고 서 있는 나무들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끝없는 눈보라와 짙은 안개, 같은 곳에서 다운힐과 업힐을 하는 형벌을 받고, 탈출지점을 놓쳐 다시 업힐을 반복하면서

의문의 패배를 거듭했던 일행들은 힘이 거의 다 빠졌다.

특히, 누구나 알만한 보더는 체력이 바닥나면서 점점 뒤쳐졌다.

이날 다자와코 호수까지는 단 한 량의 기차만 운행되는 아키타 내륙종단선을 타고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모리요시 산에서 헤매느라 결국 기차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ㅠㅠ

그러나 모리요시 산은 짧지만 아주 강렬한 트리런의 추억을 안겨주었다.

저 깊고 고요한 숲에서 즐겼던 트리런의 감동은 아무리 개고생을 했어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백컨트리 스키의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