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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에서 온 편지 3편
노*강 2015-03-31

 

사람에게는 때(時)가 참 중요한 것 같다. 돌로미테를 다녀 온 이후, 자야 할 시간에 일어나고, 일어나야 할 시간에 잠을 자는 습관이 생겼다. 시차(時差)가 병인지 습관인지 저에게는 판단의 능력이 없다. 음악에도 음(音)을 올릴 때(#)가 있고, 내릴 때(♭)가 있다. 또 쉴 때()가 있고, 박자도 한 박(♩)을 비록해서 여러 박자(♬♪♩)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쉼(休)을 몰아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사람에게도 앉을 때(座)가 있고, 일어 설 때(起)가 있고, 걸을 때(步)가 있다. 그러나 걸어야 할 때에 일어서고, 일어서야 할 때에 앉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 아무 때나 입을 여는 내가 문제이다.

 

 

내가 또 눈을 들어 본즉(슥2:1) 스키복을 입은 사람들이 형형색색(形形色色)이다. 그것은 돌로미티의 산(山)들이 백산백색(百山百色)이기 때문일까? 햇빛과 만나고 밤의 총총한 별빛과 만나는 시간만큼 나는 그곳에서 말씀과 만났다. 돌로미티 스키장이 아름다운 이유는 스키장 뒤에 말없이 배경이 되어주고 있는 적색(赤色)의 첨봉과 푸른 하늘 때문이다. 스키장이 있는 사진 속에 덜렁 스키장 하나만 있다면 그 썰렁함이 어떨까? 파랗고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가끔은 구름이 노닐다 가고 찬바람이 와서 속삭여 주기 때문에 스키장은 그렇게 빛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14개의 스키장을 아우르고 있는 오트레(ortler)지역과 12개의 스키장을 묶은 돌로미테 수퍼스키(dolomite-superski)지역은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꼭 한 번은 가 주어야 할 곳이다. 특히 돌로미티 수퍼스키 지역을 척량줄로 길이를 보고자 하니(슥2:2) 1220km로 한라에서 백두에 달하는 거리이다. 용평리조트의 4배가 넘는 규모의 리조트가 12개에 이르니 상상하기 어렵다. 해발 2,000~4,000m 고도에 자리한 스키장들은, 일본 북알프스의 수많은 지룡(支龍)과 말룡(末龍)과 계곡에 슬로프가 만들어졌다고 상상하면 된다. 또 12개의 스키장이 모두 연결되어 있어, 1개의 스키 패스로 일주일간 매일 다른 슬로프에서 활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알프스 6대 북벽 중 하나인 친넨(Drei Zinnen) 북벽 바로 밑에서 스키를 탄다는 것은 대단한 감동과 감격이 아닐 수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이 중요함을 이르는 말로 논어의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말이다. 크다고(事大主義)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넓고 대단한 스키장도 애프터 스키(after-ski)로 문화(溫泉, 村, 衣食住)가 없으면 만족도가 떨어진다. 우리는 군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움직임(動)이 있다면 반대의 고요함(靜)도 있어야 재미가 더한다. 돌로미티에는 애프터가 많이 부족했다. 우리의 목소리와 고집을 줄이고 말씀에 주목할 애프터가 없었다.(슥2:13) 아니 부족했다.

 

 

 

돌로미티에서 오랜만에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 오랜만에 청계산에 올랐다. 활짝 열린 하늘과 봄 등산을 즐기려는 등산객으로 청계산은 몸살을 앓고 있다. 독일 시인 괴테는 "모든 산봉우리마다 깊은 휴식이 있다〃라고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산은 그렇지 못했다. 명동을 방불케 하는 인산인해(人山人海)와 흙먼지와 곳곳에 일어나는 병목현상으로 돌로미티와 같은 깊은 휴식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돌로미티의 조용함이 더욱 그리워지는 때(時)이다. 

 

성경에도 "때가 차매" 또는 "때가 이르매" 라는 문장이 많다. 많음은 때때로 중요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도 바울도 로마로 갈 때와 예루살렘으로 갈 때를 참 잘 분별(순종)한다. 십자가는 지혜이고, 지혜는 타이밍(時)이라고 했다. 나의 때가 있고 하나님의 때가 있다. 그러나 나의 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하나님이 주시는 때가 중요하다. 단 오늘 하루 만이라도 때(時)를 잘 분별했으면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