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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에서 온 편지 2편
노*강 2015-03-31

 

 

유럽알프스와 일본알프스를 숫자로 비교해보면 유럽알프스는 전장1,000km의 대(大) 산맥이다. 일본알프스는 북알프스와 남알프스가 각각 전장90km, 중앙알프스가 50km로 스케일 면에서는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산의 높이도 유럽알프스의 최고봉인 몽블랑( Mont Blanc. 4,807m)를 필두로 4,000m급이 다수인데 일본알프스는 3,192m의 기타다케(北岳)가 최고봉이며, 3000m를 넘는 산은 10좌(座)에 불과하다. 최고봉끼리의 표고를 비교하면 3:2로 어른과 아이의 차이가 있다. 

 


 

 

내 인생에 산행은 자유의 추구함이었다. 그리고 일상은 내가 매여있는 질서였다. 질서에 지치면 자유를 찾아 떠나고 자유에 지치면 다시 질서로 되돌아 왔다. 떠날 수 있기에 일상에 매여있는 나에게 늘 매력적인 것이며 되돌아 올 수 있기 때문에 비장(備藏)하지 않았다. 인간은 함께 있으면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으면 함께 있고 싶어 한다. 또 함께 있다 혼자 있게 되면 그 사람이 그립고 혼자 있다 함께 있게 되면 작은 일로도 서로 다툰다. 이렇게 나도 얼고 녹고 다시 얼고 녹으면서, 자연과 문명을 오가며, 마침내 한 사람의 산꾼이 되어갔다. 



 

 

또한 위치하는 위도(緯度)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유럽알프스는 北緯46도의 부근에 위치하지만 일본알프스는 北緯36도 부근이며 그 차이는 10도이지만 거리상으로는 1,000km에 달한다.  1,000km나 남쪽에 위치하므로 일본알프스의 수직 분포대는 유럽알프스보다 1000m나 상승한다. 그러므로 유럽알프스의 해발 2000m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이 일본알프스에서는 3000m까지 올라야만 볼 수가 있다. 이렇게 스케일면으로 비교하면 일본알프스가 불리한 입장이지만 신기하게도 일본알프스의 고산 경관은 유럽알프스에 떨어지지 않는다. 왜 일까? 

 



 

 

 

일본산이나 우리의 산이나 위도(緯度)상으로는 거의 비슷한 위치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최고의 강풍과 다설을 가진 일본의 산은 분명히 우리의 노년기 산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빙하지형, 화산이 조각한 카르, 야리가다케와 호다카다케(穂高岳)에 걸쳐있는 칼날의 나이프릿치, 시로우마다케(白馬岳)의 대설계(大雪渓)와 잔설, 가련한 고산식물 등 자연의 다양성이야말로 일본산의 미(美)의 원점(原點)이다. 

 

 




유럽알프스의 특징 경관으로 다음의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빙하와 절벽, 톱니처럼 생긴 산릉, 카르 등이 파놓은 웅대함, 인간이 가까이 접근 할 수 없는 경관이고, 또 하나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뛰어 놀던 꽃밭과 초원이다. 일본알프스에는 유럽알프스의 빙하는 존재하지 않지만 암벽과 조화를 이루는 잔설(殘雪), 톱날 형의 산릉(山稜), 유럽알프스에서는 볼 수 없는 암설(岩屑)사면, 고산식물과 꽃밭 등 비록 경관의 웅대함은 유럽에 떨어지지만 가히 알프스라 불리어도 부끄럽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알프스에서의 최대 조건은 그 무엇보다 세계 제일의 강풍(强風)과 다설(多雪)이다.  동해에서 유입되는 대마(對馬)해류는 따뜻한 해면에서 다량의 수증기를 불러올린다. 이 수증기는 시베리아의 강한 계절풍에 의해 눈으로 변해서 북알프스 지역에 엄청난 양의 눈을 뿌린다. 이러한 조건으로 일본의 산에는 위도상으로만은 판단할 수 없는 많은  눈이 내린다. 또 일본의 겨울은 편서풍대 상공을 흐르는 한랭전선 제트기류와 히말라야 남쪽을 선회해서 오는 아열대 제트기류가 합류한다. 이 기류는 매초 21m에 상응하는 세계에서 최고의 강풍을 탄생시킨다. 장소에 따라서 풍속은 산과 접촉하면서 마찰을 받아 매초 16m로 감속하지만 전선이 통과 할 때는 2배 3배의 강풍이 불 때도 있다.

 


 

 

산에서는 일기(天気)에 민감하기 마련이다. 비에 젖은 상태에서 광풍(狂風)(행27:14)과 만나면 저체온 현상이 일어난다. 저체온 현상은 결국 탐욕스런 바람의 장난이다. 비바람은 인간이 가진 무엇이나 빼앗아간다. 마지막에는 생명까지 앗아간다. 그러나 굶주림을 두려워하면 사도바울 같은 킬리만자로의 표범(宣敎師)이 되지 못한다. 오늘의 산행은 나의 길을 묻는 순례길이고 처절한 기도이다. 외로워지지 않고 어떻게 삶의 이야기를 만들것인가. 변화는 삶의 원칙이다. 숲에는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없고 시냇물에는 멈춰선 물결이 없다. 내가 걷는다는 것은 땅을 느끼는 것이고 그것은 창조주 하나님과의 교감이다. 산행은 우리 인간의 원재료인 흙과 만나는 또 하나의 행위(行爲)이다.

3편에 계속.